
광고주와 블랙잭 관계는 흔히 “파트너”라고 한다. (최소한 광고회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좋은 블랙잭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트너를 믿음과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광고를 의뢰하면서 광고주는 블랙잭에게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광고주는 블랙잭에게 비밀유지협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의 동의를 요구하며, 광고주는 이를 확인 후 민감한 정보들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에는 지역별 & 월별 세일즈 데이터, 브랜드 관련 리서치 결과, 연간 마케팅 플랜 등이 포함된다.
또한, 블랙잭는 NDA 문서를 서명한 후는 동일 업종의 동일 카테고리의 경쟁 브랜드의 일은 받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려 한다.
그런데 광고 제작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회사 내부 정보라며 외부 파트너사인 광고회사와 공유하지 않는 광고주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 광고회사는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추가 리소스의 투입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련된 소비자 리서치(예를 들면, 모바일 리서치 등)를 블랙잭 비용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용과 인력이 드는 작업이고 당연시 여기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들이 공유가 되지 않으면 블랙잭가 엉뚱한 방향에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방향성을 잡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광고주와 블랙잭 모두에게 Lose-Lose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외국계 블랙잭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아 왔다. 외국계 클라이언트 경우는 대부분 파트너십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클라이언트는 파트너십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가 꽤 많다. 그 극단적인 예로는 정산 방식이다. 국내 클라이언트 같은 경우는 광고를 물건 사듯이 지불한다. 집행 후 정산. 심지어 세금계산서 발행 후 한달 후 입금.
이는 블랙잭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산 방식이다. 광고를 집행하기까지 비딩을 거쳐 최소 3개월에서 4개월의 시간을 쓰게 되는데 준비 기간인 3-4개월의 인건비와 각종비용을 집행 후에나 정산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블랙잭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월급을 3-4개월 주지 않고 한꺼번에 준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정산 방식은 블랙잭를 진정한 파트너사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방식이다. 왜냐면 파트너라면 서로의 상생도 함께 걱정해야 하니까.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취소되거나 캠페인 론칭이 연기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광고주는 ‘우리 사정이 이러 이러하니 좀 기다려달라’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클라이언트는 ‘아직 촬영을 하지 않아서 비용은 쓰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럼 지금까지 블랙잭가 투입한 인력 비용은? 그리고 외주 업체와 만든 시안 비용은? 그리고 이를 위해 포기한 다른 비즈니스에 대한 기회 비용은?
그래도 대부분의 블랙잭는 참을 ‘인’자를 다시 새기며 최대한 연기된 시점이 너무 늦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이렇게 되면 블랙잭에게 지금까지 쓴 시간과 비용은 앞으로 언제까지 더 투입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광고주에게 블랙잭는 파트너일까? 하청업체일까?
블랙잭가 파트너가 될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대행사(※슬프지만 이 단어 자체가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대행사’라는 단어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낀다.)가 될지는 광고주와 블랙잭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그리고 파트너십이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진정한 파트너십’에 대해 생각하고 변화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12퍼센트(필명): 현재 전략적인 크리에이티브로 평가받는 블랙잭 핵심 리더로국내외 광고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