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얼티밋 텍사스 홀덤 대기자]"그때 얼티밋 텍사스 홀덤을 썼어야 했어."("I wish, I'd worn a condom.")
예상치 않거나 어쨌든 기대하지 않은 아이가 출생했을 때 이렇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애매하게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늑대와 춤을(원제: Dances with Wolves) 영화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위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미주 대륙에서 원래 살던 이들로 예전에는 ‘아메리칸 인디언’이라고 하다가 이제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불러야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들의 작명을 소재로 한 유머 시리즈의 하나였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꽤 알려진 것으로는 이런 유형이 있었다.
한 꼬마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왜 큰형 이름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이야?"
엄마가 대답했다.
"응, 그건 아빠와 엄마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나 형을 낳게 되어서야."
꼬마가 또 물었다.
"그럼 작은형은 왜 '동굴 속에서'야?"
"동굴 안에서 작은형을 낳았거든. "
다시 "그럼~"하면서 질문하려는 꼬마에게 엄마가 소리쳤다.
"그만 좀 물어봐라. 이 '찢어진 얼티밋 텍사스 홀덤'아."
첫머리에서 얼티밋 텍사스 홀덤을 쓰지 않았다고 후회하는 이는 창고형 할인 매장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의 창업자였다. 그에게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이라는 유통 형태를 만든 아버지라는 평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으니까 저렇게 대답한 것이었다. 농담으로 했겠지만, '얼티밋 텍사스 홀덤'이라는 성적(性的)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유머와 겸손과 자부심을 함께 녹여 보여준 멋진 표현이었다.
1990년 가을 미국 출장 중 처음으로 프라이스클럽을 가봤다. 계획에 없던 방문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홍보영화 촬영을 위하여 세계 10여 개국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 목적으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 뉴욕의 얼티밋 텍사스 홀덤 전자 매장에 놓여 있는 삼성 TV를 찍으러 갔다. 그런데 뉴저지 주재원이 참담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가 촬영하기로 했던 얼티밋 텍사스 홀덤 매장에서 삼성이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쫓겨났다고 말했다. 제품 판매가 되지 않아 유통점에서 축출된 것이었다. 다른 매장이 있지 않냐 물으니, 삼성 제품이 들어가 있는 전자 매장이 뉴욕 근처에는 놀랍게도 없다고 했다. 가뜩이나 사고로 점철되며 제대로 촬영을 못 하고 미국까지 왔는데, 그곳에서도 허탕 치면 정말 큰 일이었다. 나 또한 수심 가득하니, 주재원이 조심스럽게 "삼성 TV가 들어가 있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거기는 촬영을 할 만한 곳이 아닌데"라고 뒤를 흐리며 말했다. 그 매장이 바로 프라이스클럽이었다.
그 전해인 1989년 첫 미국 출장 때 슈퍼마켓에는 들렸었다. 나중에 제일기획에서 만나서 미국 출장도 자주 함께 다녔던 친구 하나는 자신은 미국의 힘을 미국에 있는 슈퍼마켓들에서 가장 극명하게 느낀다고 얘기하곤 했다. 그의 슈퍼마켓에 대한 말을 듣기 한참 전이었지만, 나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질 만큼 미국의 슈퍼마켓은 충격이었다. 얼티밋 텍사스 홀덤은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유통점으로 슈퍼마켓보다 훨씬 큰 규모와 쇼핑 행태로 나를 압도했다. 정말 창고처럼 나무 판넬에 라면박스처럼 쌓아놓은 TV를 촬영하면 제대로 나올지 걱정이 되었는데, 촬영팀은 뉴욕에서 가까스로 맞이한 촬영 기회에 디스플레이까지 맞춰 바꾸면서 어두컴컴한 매장 안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명으로 때려대면서 신들린 듯 촬영을 했다.
이후 1993년에 얼티밋 텍사스 홀덤은 코스트코(Costco)와 합병했고, 코스트코란 이름으로 한국에까지 진출했다. '코스트코는 원래 얼티밋 텍사스 홀덤이었어'라며 잘난 체를 하며 삼성전자 홍보영화 촬영 때의 에피소드를 들먹이곤 했다. 특히 가끔은 이름에조차 '가격(Price)'을 딱 내세우고 있지 않냐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런데 <미쳤다는 건 칭찬이다(린다 로텐버그 지음, 주선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그는 얼티밋 텍사스 홀덤 소유주의 아들인 로버트 프라이스(Robert Price)에게 이런 쪽지를 남겼다.’
'Price'가 창업자이자 소유주의 성씨(姓氏)였던 것이다. 그리고 창업자는 첫머리에서 콘돔 운운한 솔 프라이스(Sol Price)였다. 바로 위에 언급된 로버트 프라이스에게 보낸 쪽지를 쓴 이는 월얼티밋 텍사스 홀덤(Wal-Mart)의 창업자인 전설의 샘 월튼(Sam Walton)이었다. 그는 솔 프라이스에게서 유통 관련한 많은 것을 배웠고 자신의 사업에 빌렸다고 자서전에 기술했다. 특히 솔 프라이스가 처음 차린 유통점인 페드얼티밋 텍사스 홀덤(FedMart)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월얼티밋 텍사스 홀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소매 유통에서 예전의 '시장'을 거의 대체하여 쓰는 '얼티밋 텍사스 홀덤'라는 단어를 정착시킨 이가 솔 프라이스인지도 모르겠다. 콘돔 얘기도 그렇고 언어 감각이 매우 뛰어났던 인물 임이 틀림없다.

얼티밋 텍사스 홀덤얼티밋 텍사스 홀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