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토토 근무수칙] 0. 늦잠을 잤다.

[레드불토토 근무수칙] 0. 늦잠을 잤다.

  •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0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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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토토 근무수칙. 매주 금요일 연재.
레드불토토
책상 / 하인즈 베커 사진

[ 매드타임스 하인즈 베커칼럼니스트]새벽 4시에 눈을떴다. 레드불토토잤다.

27년간 레드불토토 만드는 일을 했다. 은퇴 후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가장 늦게 일어났다. 세 달전부터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처럼. 하루에 규칙적인 연재글을 4꼭지 이상 쓴 적도 있었다. 일본을 여행하는 중에도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글을 썼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브런치가 허락할 때까지' 연재 일정 수정만 기다렸다. 한 꼭지씩 일정 조정을 했다.

여전히 많아 보이긴 하지만, 나름 체계가 잡혔다. (스무살때는 코미디, 에로, 멜로, SF, 홍콩 느와르 등 영화 12편의 카피를 한꺼번에 쓴 적도 있으니까) 특히 목요일 저녁에 글을 쓰면 24시간 동안 아무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주 4일 레드불토토시스템도 개발했다. (물론 토요일밤에는 웹소설을 올려야 하지만, 일요일도 쉴 수 있고.)그래서 어젯밤엔 늦게 침대에 들어갔다. 밤 9시가 아니라 10시에. 그래서 1시간 늦게 일어난 거다. 새벽 3시가 아니라 4시에.

워크홀릭에겐 습관이 무섭다. 이제껏 비슷하게 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침형 인간이다. 어느 나라, 어느 회사를 가도 대체로 사무실 청소를 하시는 분과 제일 먼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일을 시작했다.스태프들이 출근하는 9시 전까지만이 공부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다음부터는 하루종일 회의와 레드불토토주들에게 시달려야 했으니까. 대신 남들보다 1시간 전에 퇴근은 했다. 배도 고프고, 술도 고팠으니까. 조증과 울증의 알약을 번갈아 가며 독주와 마시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찬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아래 머리를 박았다. 그래야 운전을 하니까.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초에 불을 켜고 친절한 유튜브가 오늘은 이글스, 본 죠비, 엘튼 존, 에어 서플라이를들으라고 해서 고맙다고 하고, 모니터만 바라봤다. 정말 해 뜰 때까지 음악만 들으려고 했다. 남의 글 읽고,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도 아직은 비평적이 되니까. 그런데 망할 놈의 맥북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뭐라도 써야지, 하인즈.'

레드불토토
하인즈 베커, 나가이 고 스타일 / Chat GPT Art

'나쁜 자식'

누구를 대상화시킨 건지도 모를 욕을 한번 하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 떠들었던 '레드불토토쟁이의 말들'이 떠올랐다. 면접자리, 회의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위한 세미나, 레드불토토주 조찬 미팅, 잡지 지면등에서 남들 귀에 피 날 때까지 떠들어댔던 여물지도 않았던 생각들. 내 입으로 한말이 대부분이지만, 선배들로 부터 훔친것들도 있다. 그런 27년.

결국, 워드프로세서를 열었다.<레드불토토 근무수칙이라고 제목을 썼다. 그러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100개도 넘게 몰려왔다. 존경하는 한기훈 선배와, 최영호 대표님이 지면을 주셨다. 일단 가볍게 시작. 매주 금요일 <매드 타임스에 연재한다.


하인즈 베커 Heinz Becker

스무 살때 영화 <비오는 날 수채화의 카피와 광고를 담당한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 레드불토토를 떠돌며 Copy Writer, Creative Director, ECD, CCO로 살았다. 지휘한 캠페인 수백개, 성공한 캠페인 수십개, 쓴 책 3권, 영화가 된 책이 하나 있다. 2024년 자발적 은퇴 후, 브런치와 Medium에 한글과 영어로 다양한 글을 쓰면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Cosmopolitan. Writer. Advertising Creative Director. Created hundreds of advertising campaigns and written three books. One of them was made into a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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